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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2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 심사평(김영찬 님)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2-05-27 19:18:19

 

 

 

●제32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 심사평(김영찬 님)

 

 

 

 

- 심사위원: 김영찬 문학평론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겸 문학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근대의 불안과 모더니즘》, 《비평극장의 유령들》, 《비평의 우울》 등이 있다.

 

 

 

 

- 심사평

 

이번 계명문화상 소설부문에는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그리고 응모작들도 큰 편차 없이 고른 수준을 유지한 편이었다. 공공연하게 문학의 죽음이 회자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도, 응모작들의 면면에서 확인한바 예비작가들이 보여준 소설쓰기에 대한 노력과 열정은 경이로웠다. 이런 노력들이 한국문학의 미래를 열어가는 가능성들로 쌓여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응모작들은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작품에 따라 크든 작든 공통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소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가 뚜렷하지 않은 소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따져보면 곧 소설을 쓰는 자신이 그다지 ‘할 말’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소설은 세계에 대한 반응이며 발언의 형식이다. 자기의 내부에서 자라나오는, 절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이 글쓴이에게 없다면 소설은 필경 표피적인 것이 되거나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왜 소설을 쓰는가’에 대한 곡진한 물음을 내부에 내장하고 있는 소설이 드물었다는 점은 그런 측면에서 아쉽다.


둘째,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첫 번째로 지적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기술적인 세련됨과 매끈함을 갖춘 소설이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자기만의 개성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많은 소설들에서 기존 작가들이 쓴 소설의 흔적과 발상이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것도 이와 관련된 문제점이다.


셋째, 소설의 ‘형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배어 있는 작품이 드물었다. 사실 응모작들의 대부분은 이미 기존의 소설들에서 익숙해진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르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즉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치열한 고민이 요구된다 하겠다. 


당선작으로 뽑은 김세정의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에서 훌쩍 벗어나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래도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그려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루저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고 또 그것이 다소 정형되어 있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을 아버지와 아들의 유비와 그 둘의 상호연민이라는 감정적 유대를 통해 풀어간다든지,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비롯한 사회현실의 문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왜소화되어가는 삶의 비애를 극적으로 잘 포착하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고유한 장점이다. 특히 삶의 왜소화를 ‘몸 둘 곳’의 축소, 즉 ‘방’에서 ‘가방’, ‘테니스채’로의 축소로 표현하면서도 그것을 뚫고 나가가려는 눈물겨운 시도와 의지를 안정된 문장과 적절한 장면화를 통해 축조해나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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