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5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열하일기
전영아(한국방송통신대학교·관광학·4)
벽이 열렸다 닫히고 나는 열대에 들어왔다
투명한 저 벽을 경계로 온대와 열대가 극명하게 구분된다
먼저 온 누군가가 엎어 논
달구어진 사막을 내가 다시 뒤집어 엎어놓는다.
여기는 지금 극한의 건기
구름이 낮게 깔리고 하늘이 가까워지기를 기다리 듯
더위 속에서 우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몸이 된다
데스벨리나 칼라하리 사하라 아니면 타클라마칸 그 어디쯤일 것이다
여우와 전갈의 사막이 펼쳐지고
바람과 시간이 만들어 놓은 물결 같은 모래의 길을 따라
길을 잃고 미라가 된 누군가의 애타는 손길도
터번을 쓴 대상의 낙타가 가시풀을 씹어 제 피를 삼켜야하는
불가해한 목마름의 문제도 여기 있다
지금은
양머리를 덮어 쓴 채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 전전긍긍의 시간
어디서 왔는지 핫팬츠가 냉커피로 호객 행위를 한다
이 건기의 열대에선 뿌리치기 힘든 유혹
그사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열하에서
사막은 두어 번 더 거꾸로 뒤집혀 내려 쌓이고
숨을 헐떡이며 이 열대에 들어온 이유를 곰곰 생각중이다
벽이 열렸다 닫히고 또 다른 양머리가 열대로 들어온다
짧은 순간 사바나의 바람이 뒤따라 들어왔다 갇힌다
● 제35회 계명문화상 시부문 가작(1) - 수상소감
종일 바람이 분다.
막 향기 주머니를 터트리기 시작한 아까시꽃이 한창 기도발이 오른 샤먼의 주술인양 쉬지 않고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렇게 바람이 몹시 불고 파랑이 날뛰어 바닷물이 뒤섞이는 날은
저 북쪽바다 심해에 산다는 ‘곤’이라는 물고기가 ‘붕’으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늘이 뭉실뭉실 구름을 피워 데리고 북녘으로 가는 것을 보고 있을 때 당선 전화를 받았다.
나는 ‘붕’이라도 된 듯 가슴이 차올랐다.
시인이란 슬픈 운명이라 한다. 그래도 좋다.
십 년째 죽어라 공부만 시키시는 황봉학 시인님은 나를 보고 참으로 둔재로다 하시면서도 언젠가는 대기만성 할 것이라며 조급하게 굴지 말라고 하셨다.
추울수록 더 밝은 빛을 내는 고결한 흰 수피의 자작나무를 백두산에서 딱 마주친 뒤론
항상 나의 詩魂을 외롭고 높고 차가운 곳에 두어 명징한 사색을 가꾸기를 꿈꾸었다.
詩!
그것은 한 번 맡으면 취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향을 가진 나의 영원한 팜므파탈
아! 저기 꿀벌들이 詩를 물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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