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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문학상 작품보기

제38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 심사평(장옥관 님)

  • 작성자 : 계명대신문사
  • 작성일 : 2018-06-04 10:25:03

●제38회 계명문화상 시 부문 - 심사평(장옥관 님)


- 심사위원: 장옥관 시인

1987년《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황금 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하늘 우물』,『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와 동시집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 등을 펴냈다. 현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심사평

한 박스 분량의 투고작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21세기 시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봤다. 현란하고 자극적인 이미지에 중독된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시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닐까. 시란 침묵에 가깝고, 어둠에 가까우며, 그늘 속에 홀로 핀 들꽃 한 송이 혹은 캄캄한 밤중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존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게 평소 내 짐작이다. 쓸모 있는 것만 추종하는 시대에 쓸모란 설거지 그릇에 붙은 밥풀보다 못한 게 시인데, 거기에 자신의 모든 걸 바치며 청춘의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 젊음의 정신이라도 있기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단적으로 말해, 시란 언어라는 허술한 지렛대로 상투화되고 인습화된 세계를 뒤집어 그 진상을 펼쳐 보이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투고 작품을 살펴본 결과, 이 기준에 부합된 작품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푸념이나 넋두리 수준의 시답잖은 상념을 펼쳐놓고 있었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시 장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작품들을 걸러내니 20여 명의 작품이 수중에 남았다. 거기에서 최종심 대상작을 챙기니 네 명의 작품으로 압축되었다. 그것은 「신생아」 , 「당신이라는 간절」, 「산책」, 「비닐봉지」 등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어느 하나를 골라 당선작으로 밀어도 괜찮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이 중 고심 끝에 「신생아」를 제외시켰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세련되었고,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능력이 뛰어났으나 결정적으로 다루고 있는 세계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반면 「베를린」, 「태백」, 「산책」 등을 투고한 학생의 작품은 공간의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그 바탕 위에 사회적 메시지를 접어 숨기는 솜씨가 훌륭했다. 굳이 지적하자면 시상 전개가 다소 평면적이라는 점이다. 젊은이답게 입체적인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 

  앞의 작품을 가작으로 선해놓고, 「당신이라는 간질」과 「비밀봉지」를 두고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고를 것인가 하고 한참 망설였다. 「당신이라는 간질」을 투고한 학생은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능력과 깊이 있는 사유의 힘을 보여주었다. 구조적인 완결미와 더불어 정확한 표현과 시어의 활달한 운용 능력도 뛰어났다. 투고자는 이 작품이 당선작이 되지 못한 건 순전히 심사자를 잘못 만난 운명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비밀봉지」는 어눌할 정도로 어수룩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현란한 이미지나 맵시 있는 비유적 표현과는 담을 쌓고 있는 이 작품은 여리고 작은 목소리이긴 하나 그 속에 우직할 정도의 진정성을 담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운동’을 다루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섬세한 내면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말의 꼬임이 부족하고 대상을 뒤집어내는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 염려되었으나 삶의 엄숙함과 핍진함을 형상화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여겨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입상한 세 사람은 반딧불이가 이 세상의 어둠을 다 밝히지 못하지만 그 존재로서 지상의 별빛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더욱 정진하여 스스로를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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