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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 심사평 (김영찬 님)

  • 작성자 : gokmu
  • 작성일 : 2017-06-07 08:52:44

자기 경험을 객관이라는 무대위에 연출할 수 있어야

이번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초심자다운 과감한 도전과 배짱이 부족했던 것 같다. 좋은 소설은 자기 체험에서 출발하더라도 주관적인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자기 경험을 객관이라는 무대 위에서 허구적으로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응모작들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이러한 무대 연출력의 부족이었다. 그러다보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대개 이십대 초중반의 대학생이거나 비정규직 근로자, 배경은 대개 고시원이나 원룸, 아니면 아르바이트 하는 식당이나 커피숍으로 제한되고 그에 따라 상상력의 범주도 제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조합이 만들어낸 좋은 소설들을 읽은 경험이 충분히 많지 않은가. 그러니 소설 창작의 초심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일차적 경험을 나르시시즘적으로 소비하면서 감상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을 둘러싼 실제 현실을 어떻게 허구적으로 가공하여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일일 것이다. 
좋은 소설은 현실에서라면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이라도 소설 내적 논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문학적 현실’이란 바로 이런 방식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심사에서 느낀 또 다른 문제점은 응모 학생들 대개가 소설에서 설득력 있는 상황과 맥락을 구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성적인 작법이나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기보다 자기 나름의 소박한 경험 세계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20대 청년의 성적, 경제적, 심리적 현실을 중심으로, 그런 현실 속에서 겪을 법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문제는 우리가 대중매체나 신문보도를 통해 익숙하게 알고 있는 현실적인 사건 사고를 다루면서도 낯설고 새로운 소설 문법을 시도하지도, 그렇다고 그러한 현실 문제를 낯설게 구성하지도 못한 채, 기성작가들의 소설 방법론과 문체, 구성을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올해 당선작으로 선정한 「토끼 굴」 또한 익숙함과 낯익음이라는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낯선 네 사람이 모여 동반자살을 한다는 내용은 신문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사건 기사를 떠올린다. 게다가 비참한 현실 속에 갇힌 인물의 비극적 상황을 ‘入-內-囚’라는 한자의 상형문자적 특징을 살려 구성하는 방식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하는 방식은 황정은의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토끼소년’과 ‘구주’의 사연을 통해 이들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뛰어난 문장력과 매끄러운 구성력에 힘입은 작품의 완결성을 높이 평가했다. 가작으로 뽑은 「열 시의 안부」는 노인 고독사 문제를 참신한 발상으로 접근했지만 ‘영감’과 ‘전력공사 직원’의 캐릭터 설정과 이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가 다소 밋밋해서 발상의 참신함을 끝까지 밀고가지 못했다. 또 다른 가작 「여기서부터 비잔」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이 소설은 「토끼 굴」과 함께 끝까지 당선 여부를 두고 고민했던 작품이다. 특히 소설 결말 부분의 반전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러나 경자 씨에 대한 설명이 주로 그녀의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에만 집중되다 보니 실제 그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예컨대 결혼, 출산 경험의 유무)는 결여되어 후반부의 반전이 임팩트 있게 전달되지 못했다. 
계명문화상에 응모했지만 당선되지 못했지만 많은 노력과 열정을 보여준 모든 응모자분들께 아쉽지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당선자에게는 축하와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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